뮤지컬 ‘빅 피쉬’가 한국 초연의 무대를 올렸다. 허풍쟁이 낭만주의자 아버지 에드워드와 현실주의자 아들 윌의 이야기는 동명의 소설부터 영화, 그리고 뮤지컬로 변주돼왔다. 뮤지컬 '빅 피쉬'는 상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옮기며 화려한 상상력의 세계로 관객을 인도한다.

16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뮤지컬 '빅 피쉬'(연출 스캇 슈왈츠/제작 CJ ENM)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무대 시연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는 배우 남경주, 박호산, 손준호(에드워드 역), 구원영, 김지우(산드라 역), 이창용, 김성철(윌 역), 김환희(조세핀 역)가 참석했다.

사진=CJ ENM

'빅 피쉬'는 원작 소설(1998)과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2003)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뛰어난 상상력을 기반으로 화려한 영상 효과로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며 호평받았다. 뮤지컬 '빅 피쉬'의 한국 초연은 미국과 영국 버전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망 연출가 스캇 슈왈츠의 한국 진출작으로, 어떤 신선함으로 국내 뮤지컬 계를 사로잡을지 관심이 집중돼왔다.

에드워드는 아들 윌에게 자신이 인생에서 만났던 환상적인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어 아가씨와 아크로바틱을 펼치는 무용수들이 등장하는 첫 장면의 넘버 '이야기의 주인공'부터 숲 속의 마녀가 윌을 위협하는 '인생은 끝을 향한 여행' 등 화려한 볼거리가 연이어 펼처진다.

아들에게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에드워드 역의 남경주는 영화와의 차이점에 대해 “무대와 스크린은 다르다. 서로 경쟁할 수 없다. 영화의 판타지를 무대에서 표현하는 건 세트나 뮤지컬이기 때문에 음악이 담당하지 않나 싶다"라고 넘버를 강조했다. 또 "연습하면서 음악 때문에 울컥하는 면이 많은데 감정을 컨트롤하고 있다. 인물로 집중하면서 참아내고 있다. 영화와 다른 무대의 매력이 있다”라고 반복하며 무대만의 매력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사진=CJ ENM

에드워드의 아내 산드라 역을 맡은 김지우는 아날로그적인 무대 연출을 포인트로 꼽았다. 그녀는 "요즘 뮤지컬은 디지털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데 '빅 피쉬'는 아날로그적인 면으로 환상을 펼친다“라며 무대 위 앙상블과 소품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어 ”20대부터 80대까지 나이대를 왔다갔다 하며 연기한다. 개인적으로 아날로그적인 면에서 힘을 많이 받는다. 사람이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해가면서 마음이 동한다“라고 무대 예술로서의 ‘빅 피쉬’의 장점을 소개했다.

또 박호산은 스토리를 강조했다. 그는 “고전과 같은 작품이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없다. 연말에 보기 좋은 따뜻한 작품이고 아이들도 함께 보기 좋은 판타지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슬픔과 즐거움이 함께해 어르신들도 좋아할 만하다. 특히 명절, 가족들이 모일 타이밍에 꽉꽉 객석을 채워주시길 바란다. 성실하게 연습했다”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이날 박호산은 3인 3색의 캐스트를 완성한 서로 다른 나이대의 배우 남경주, 박호산, 손준호 중 어느 캐스트의 공연을 봐야할지 고민될 때 선택하는 팁도 전했다. 그는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동전 던지기를 하시길 바란다. 앞면이 나오면 경주형, 뒷면이 나오면 준호, 그리고 동전이 서면 제 걸 보시라”라며 위트를 뽐냈다.

사진=CJ ENM

맏형 남경주 역시 동 역할의 두 배우 자랑을 아끼지 않으며 훈훈한 출연진들간의 사이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남경주는 “차례로 50대(남경주), 40대(박호산), 30대(손준호)인데, 손준호씨는 40대 이상 후반부 연기를 어떻게 연기할지, 박호산씨는 젊은 나이대와 40대 이후 나이든 연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주목해서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선 “제 옷을 입은 듯 감정적으로 밀도 있게 느껴졌다”라고 찰떡같은 소화력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제 인생과 맞닿는 부분들을 발견했다”라며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첫 눈에 반하는 장면이 자신의 삶에서도 존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내가 제 팬이었는데 사인을 해주다가 세상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며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잘 맞는다고 느껴서 에드워드 역을 잘 접근할 수 있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스토리상 낭만주의자 에드워드와 놀라운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현실주의자 아들 윌의 관계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윌은 진실을 찾으려 하며 아버지와 갈등을 빚지만 그 자신도 아버지가 되며 조금씩 아버지와 가까워진다.

이에 대해 윌을 연기하는 이창용은 자신의 삶과 닿아 있어 연기하기 수월했다고 전했다. 이창용은 "연습 중에 득남해서 51일째 된 아들이 있다. 아이의 초음파 영상을 보는 장면에선 대본을 분석할 필요도 없었다. 제 경험이 맞물려 와닿았다“라고 말하며 눈길을 끌었다.

익히 책과 영화로 소개됐던 아버지 에드워드의 과거와 현재, 상상을 오가는 놀라운 이야기는 각종 소품과 효과와 함께 구현되며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독자 각각의 상상 안에서 빛나는 소설, 특수효과로 점철되며 상상 그 이상의 환상적인 화면을 완성한 영화에 이어 무대에선 배우진과 앙상블이 생생하게 춤과 노래, 연기를 선보이며 이목을 사로잡는다.

'빅 피쉬'는 관람하는 관객 모두의 인생이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 수 있을지, 연말을 보내는 감회와 연초를 시작하는 각오를 남다르게 만들어줄 것이다. 2020년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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