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만났다. 이것만으로도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의 실제 이야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드라마틱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두 배우의 열연은 물론 웃음과 감동,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 정치사회적인 메시지까지 ‘천문’은 연말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로 다가온다.

# 1PICK: 최민식 X 한석규, 20년 만에 재회? 역시는 역시!

‘천문’은 개봉 전부터 연기 맛집이라는 말을 들었다. 최민식, 한석규 두 배우가 ‘쉬리’ 이후 20년 만에 만나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설렘을 줬기 때문이다. 장영실 역의 최민식은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시선을 강탈한다. 후반부는 세종 역 한석규의 아우라가 폭발한다. 두 배우는 마치 밀당하듯 강약 호흡을 주고받는다. 두 배우 다 넘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에서 최민식과 한석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군신 로맨스’라고 일컫는 세종과 장영실의 진한 우정을 그린다. 보는 이들이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세종과 장영실은 정말 가까운 관계로 그려진다. 처음엔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그런 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 운명, 상황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무엇보다 남녀의 관계보다 더 애틋하게 그려낸 최민식, 한석규의 호흡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 2PICK: 마냥 진지한 영화? NO!...쏟아지는 웃음 X 감동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 두 인물 이름만 들어도 진지함이 가득 묻어난다. ‘천문’은 이 진지함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관객을 웃고 울리는 포인트를 잘 짚어낸다. 특히 ‘천문’엔 코믹 요소가 가득하다. 세종과 장영실의 안여사건이 있기 20년 전을 배경으로 할 때 대사 하나하나 ‘아재개그’같은 느낌을 주고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관객에 웃음을 주며 긴장감을 풀어준 이후 중반부부터 사건이 심화되며 서서히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후반부에는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 그 자체에 감정이입하게 만들며 세종과 장영실의 깊은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연기부터 영화의 기승전결까지 ‘천문’은 밀당을 하는 느낌을 준다. ‘천문’으로 보는 이를 끌어당기게 하는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 3PICK: 계급, 명분, 명예, 권력...이를 뛰어넘는 우정과 믿음

‘천문’은 세종대왕 시대의 이야기 속에서 명나라와 조선, 사대부와 임금, 임금과 백성의 관계에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계급과 권력으로 얽혀있다. 세종과 장영실만이 계급, 권력을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주며 서로의 신뢰로 조선이란 나라의 새 역사를 창조한다. ‘천문’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

시대가 바뀌어도 계급과 권력, 명분, 명예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이 세상에도 이 존재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이들이 지나치면 서로에 대한 불신만 쌓일 뿐.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통해 어떻게 해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질 수 있는지, 사람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할 수 있는지, 사람을 위해 무엇을 행할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시대를 돌아볼 뿐 아니라 현 시대의 문제점에 해결책을 던지기도 한다. 러닝타임 2시간 12분, 12세 관람가, 12월 26일 개봉.

사진=‘천문: 하늘에 묻는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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