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퀴어영화를 만날 수 있는 프라이드 픽이 지난 11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올해의 마지막 정기 상영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사진='프라이드 픽' 포스터

프라이드 픽은 퀴어 영화 전문 배급사 레인보우 팩토리의 후원과 서울 LGBT아카이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등의 공동주최로 진행돼 세계 각국 퀴어영화를 선정, 짝수달마다 정기 상영회를 진행한다. 본 상영회는 지난 6월 12일 ‘멕시코의 에이젠슈타인’을 시작으로 8월 14일 ‘마리오’, 10월 16일 ‘상속녀’를 상영하며 세계 각국 퀴어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지난 11일에는 미코 마켈라 감독의 '핀란드의 이방인'이 상영되며 올해의 마지막 정기 상영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영화는 핀란드 외각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섹슈얼한 여름 밤 로맨스를 담았다. 파리 유학생 신분인 핀란드인 리비와 핀란드로 떠나온 시리아 난민 타렉의 만남은 어느 곳에도 온전히 정착할 수 없는 두 인물의 불완전성으로 시작된다. 서로의 아픔과 불안함을 공유하며 점차 발전해가는 이들의 관계는 뜨거운 핀란드 여름날처럼 점점 무르익으며 절정을 향한다. 그러나 관계가 진전되어도 리비와 타렉은 각자가 지닌 문제를 서로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하며 결국 이방인으로 고립되게 된다.

사진='핀란드의 이방인' 스틸컷

이는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며 고립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작품 속에서 다뤄지는 인물들의 갈등은 시대적 문제와 세대 간 갈등과 같은 동시대 문제를 투영하고 있어 관객들에게 많은 논의 거리를 남기는 의미있는 작품이다.

상영이 끝난 후 작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GV가 마련됐다. 이날은 서울아트시네마 김보년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관객들과 작품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갑자기 찾아온 영화의 결말에 대한 의문’이라는 주제로 GV를 진행했다. 본 영화가 다소 갑작스럽게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 멜로드라마적 관점에서 해석해보고자 했다. 관객의 몰입을 위해 대부분 멜로드라마는 감정의 과잉이 동반되며 이를 위해 슬픔과 비극의 정서가 요구된다고 봤다.

사진=서울 LGBT아카이브 제공, 김보년 프로그래머

이러한 관점에서 “본 영화는 초반에 훌륭한 멜로드라마적 요소가 나타난다. 극중 인물이 성소수자, 난민이라는 점 등이 둘 사이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극 중에서 난민과 노동의 문제가 결부되는 순간 현실의 문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었기에 감독 또한 영화의 결말에 현실의 문제를 포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실적 문제의 침입으로 씁쓸한 정서가 더욱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초여름에 시작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까지 이어진 본 행사는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세계 각지의 완성도 높은 퀴어영화를 전문적으로 프로그래밍해 상영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내년에도 퀴어영화는 이어진다. 두 여인의 사랑을 다루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1월 개봉한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또 어떤 기획과 구성으로 정기 상영회를 개최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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