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모르는 대학생 신분일 때 곽정환 감독님 작품에 처음으로 출연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신인인 저한테 어떻게 화 한번 안 내고 다 오케이를 해주셨을까 싶어요. ‘보좌관’ 같은 경우는 제작사 측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고, 대본을 읽고 개인적으로 너무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좀 났거든요. 그 뒤에 곽정환 감독님 작품인 걸 알았어요. 감독님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제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들인 거 같아요. 김갑수, 고인범 선배님은 곽정환 감독님과 정말 오랜시간 같이 하셨잖아요. 선생님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꼭 감독님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싶어요. ‘보좌관’ 시즌3가 나와서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반드시 하고 싶어요”

JTBC ‘보좌관’(연출 곽정환/극본 이대일)은 이엘리야가 곽정환 PD와 세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 데뷔작 ‘빠스켓 뽈’, 반전 캐릭터로 화제가 된 ‘미스 함무라비’, 그리고 필모그라피에 첫 정치물이 된 ‘보좌관’까지. 이엘리야에게 곽정환 PD와의 작업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보좌관’의 경우 1년 남짓 함께 촬영을 하며 곽정환 PD는 물론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과 정이 돈독해졌다. 이미 종방연은 했지만 10일 마지막회는 제작사인 NEW 사옥에서 다함께 시청을 했다고.

“너무 좋은 감독님, 좋은 선배님, 좋은 스태프들과 ‘보좌관’이라는 작품을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저한테는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는 시 한구절 같은 작품이에요. 오래도록 기억될 거 같아요. 시즌제로 촬영을 하다보니 촬영환경이 많이 개선이 된 거 같아요. 타이트하지 않다보니 스태프 분들 컨디션도 좋고, 배우들도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대본 이야기도 훨씬 더 많이 나눌 수 있었구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거 같아요”

하지만 마냥 쉽고 편한 촬영은 아니었다. 국회를 배경으로 치열한 정치 암투를 그리다보니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이어졌고, 한자어가 많은 정치용어들을 숙지하는게 쉽지 않았다. 특히 이엘리야가 연기한 윤혜원은 장태준(이정재)의 오른팔로 정책 자료 분석이나 입법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딱딱한 어휘들이 대사에 많이 등장했다.

“평소에도 사회,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지려고 했던 편이라 대본 자체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걸 대사로 처리하려고 하니까 어렵더라고요. 발음을 편하게 끊어서 하면 너무 티가났어요. 정책이나 법률 관련 용어들을 일상처럼 사용하는 보좌관인데, 어색하면 안되잖아요. 그 부분에서 제일 고민이 많고 어려웠던 거 같아요. 특히 윤혜원은 대사를 빨리 처리해야 했어요.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로 활용되는 대사가 많아서 빨리 치고 지나가야 했거든요. 일상적인 어휘들이 아니다 보니 많이 노력을 했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변화를 줘야할까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기존 배역들을 연기하면서 화장도 워낙 진하게 하고, 화려한 모습이 많아서 저를 실제로 알아보시는 분들이 거의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런 간극을 좀 더 줄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이번에는 정말 이엘리야의 모습이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거의 노메이크업 상태로 촬영에 임했어요. 정말 신기하게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배우가 보여지는 모습에 따라 시청자 분들이 느끼는 친근감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 느꼈어요. 제 스스로 ‘하길 잘했다’ 싶어요. 또 한번 곽정환 감독님께 감사드려요”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어려운 숙제를 풀어낸데 대해서 이엘리야 스스로는 뿌듯함과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보좌관’을 만났을 당시 이미지 변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 냉소적인 이미지 때문에 주로 임팩트 있는 악역을 많이 맡아왔고, 보다 ‘이엘리야다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우가 비단 외모적인 부분으로만 평가받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편견에 갇힐 때도 있었다. 이엘리야 역시 이런 부분에 있어 자유롭지는 못했다. 때문에 더 편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저는 평상시에 정말 자연인이거든요. 그래서 ‘보좌관’ 때 BB크림 정도만 바르고 촬영을 하는게 너무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꼈던 거 같아요. 멋있게 꾸민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그건 작품 외적으로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외모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저를 더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하고 있어요. 예능을 나갔을 때 제 자연스러운 모습에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도 그런 이유인 거 같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킹콩by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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