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언제 봐도 깊은 공감을 준다. 누구나 가족이 있고 그 안에서 경험한 공통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 질투, 원망, 슬픔,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가족이란 공동체 안에서 배운다. 그래서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풍성한 감정으로 담겨 있다.

사진='라 파미에' 포스터

프랑스산 코미디 드라마 '라 파미에'는 이런 공감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세 남매가 펼치는 웃음과 감동은 삶에 대한 깊은 감흥을 준다. 매 순간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금사빠' 브누아는 세 번째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결혼식을 앞두고 한창 기분이 올라와 있을 때 하필 둘째 피에르가 나타난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피에르는 형의 결혼식장에서 굳이 세 번째 결혼임을 강조한다. 자존심이 강해 자신의 실직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는 피에르에게 브누아는 굳이 그 사실을 긁어 다툼을 벌인다. 만나기만 하면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는 두 형제 사이에서 중재를 맡은 건 항상 막내 롤라의 몫이다.

사진='라 파미에' 스틸컷

철없는 오빠들의 어머니 역할을 해주는 롤라 덕에 그들 남매는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항상 남을 걱정해주고 챙겨주던 롤라에게 시련이 닥치자 오빠들은 당황한다. 투정만 부렸을 뿐 위로하는 법은 모르는 브누아와 피에르는 롤라에게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고자 노력한다.

'라 파미에'의 카메라가 지속적으로 조명하는 장소는 무덤이다. 세 남매가 부모의 무덤 앞에 서 있는 장면은 감정의 자극과 이들 사이의 관계를 상징한다. 브누아와 피에르는 말다툼을 벌이고 롤라는 말린다. 부모의 무덤 앞에서도 두 형제는 여전히 철이 없고 롤라는 이들의 중재자 역할에 몰두한다.

사진='라 파미에' 스틸컷

이들이 진정한 '가족'으로 뭉치는 순간은 무덤 앞에서 고함과 욕설이 아닌 눈물을 흘릴 때이다. 롤라는 매번 남을 걱정하는 입장이었지 위로를 받는 입장에 선 적이 없다. 반대로 브누아와 피에르는 투정을 부릴 줄만 알았지 남의 감정에 동조하거나 공감한 적이 없다. 그래서 브누아는 본인의 감정에만 충실한 사랑을 했고 피에르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고집만 부렸다.

유럽영화 특유의 황당한 상황설정과 입담으로 유발해내는 웃음은 물론 가족 사이의 끈끈한 정과 유대관계를 통해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가족 사이에는 항상 즐거움만 있지도, 불행만 지속되지도 않는다. 사랑을 주고받은 존재가 진정한 가족이라는 점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러닝타임 105분, 12세 관람가,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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