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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노트] 생활동반자법, 5년째 시기상조? 비혼남녀에게도 가족의 권리를

기사승인 2019.12.03  15: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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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대한 의문이 한 가지 있다. 두 남녀의 결합에 의한 결혼과 출산을 이른바 ‘정상 가족’이라 여기는 우리 사회는 모든 시스템이 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떨어지는 인구 문제를 고민하는 지방에선 미혼남녀를 이어주는 ‘소개팅’을 주선하기도 하고 지난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을 통해 3년간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며 대대적인 청년 결혼 지원의 뜻을 밝혔다. 이처럼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릴 것 없이 남녀 사람을 이어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이 쏟아지는 사이, 비혼 남녀는 소외당한다.

사진=PIXABAY 자료사진

페미니즘이 대두되며 결혼이 여성을 옭아매는 속박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으로 비혼을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여성만이 비혼의 주체는 아니고 사람마다 비혼을 고려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부가 걱정해주는 주거와 육아 비용 문제일 수도 있고, 개인주의 라이프스타일이 심화되며 평생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게 가능할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이유를 포괄하는 건 가족의 확장, 가족의 다양성이 아닐까. 세상은 변하는데 꼭 가족이 동화 속처럼 엄마-아빠-두 아이의 4인가족이어야 할,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민법 제779조는 가족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또는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라고 규정한다. 피가 섞였거나 결혼으로 엮인 사이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 규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던 나는 얼마 전 ‘가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일을 겪게 됐다. 지난 초가을 자전거를 타다 코너에서 달려오던 트럭을 보지 못해 교통사고가 났다. 구급차에 실려가며 119 구급대원은 당장 와줄 수 있는 ‘가족’ 보호자의 신상을 물었다. 잠깐 까마득해졌다.

급한 대로 함께 사는 하우스메이트를 불렀고 큰 부상이 아닌지라 가벼운 조치만 받고 귀가하는 선으로 교통사고 소동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 후로도 물음표는 지워지지 않았다. ‘만일 수술이 필요한 큰 사고였다면?’ 보호자의 수술동의서 서명을 기다리며 나는 450km 멀리 떨어진 부모님이 오길 기다리며 꼼짝없이 누워 있을 처지였을 터다. 수술동의서는 혈연가족이나 부부여야만 서명이 가능하다.

사진=PIXABAY 자료사진

나와 같은 사례뿐 아니더라도 가족의 다양성을 주장하며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은 혈연 및 혼인 관계에 얽히지 동거가족 구성원들이 기존의 가족 관계와 마찬가지로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수술을 동의한다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등 일전 혼인-혈연에서만 가능했던 제도 안에 소속될 수 있다.

2014년, 진선미 의원이 이 법의 발의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동성혼과 동거를 조장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법이 통과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성토하는 여론도 존재했다. 그러나 “동성혼 합법화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서울시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엔 ‘사실혼 관계’, 즉 동거도 인정된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도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한 이유가 더 많다.

확대된 가족의 탄생으로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더 많은데 부작용을 우려하며 금지하고 막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물론 동성혼과 동거가 그 정도로 정부가 무서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적 흐름상 동성혼도 생활동반자법도 달라진 풍속도 안에서 점차 수용되는 제도들인데 우리 사회만 뒤처지는 건 아쉽다. 우려하는 사항이 있다면 차근차근 보완해나가면 된다. 변하는 사회 흐름에 맞게 하루빨리 시급한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양수복 기자 gravity@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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