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작가님의 전작을 봐서 신뢰가 있었어요. 얼마나 좋은 작품일까, 하는 기대치가 있었거든요. 인물 설명부터 좋더라고요. 단어 자체를 너무 재미있게 쓰시는 거에요. 동물에 빗대어서 인물을 설명하는데, 시놉만 봐도 재밌어요. 대본이 책으로 나온다면 그것까지 다 실어주셨으면 할 정도에요. 처음에 4회 분의 대본을 받았는데 가면 갈수록 깊이를 알 수 없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더라고요. 작가님에 대한 경외심이 생기는 작품이었어요”

염혜란이라는 배우가 대중에게 각인된 건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 ‘도깨비’부터였다. 주인공 지은탁(김고은)의 이모로 결코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은 것. 이후에는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라이브(Live)’, 이수연 작가의 ‘라이프’ 그리고 임상춘 작가의 ‘동백꽃 필 무렵’까지.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작가들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좋은 작가가 좋은 배우를 알아본 영향도 있었지만, 배우가 지향하는 작품의 방향성과도 맞아떨어진 덕분이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우선 의미를 찾는거 같아요. 이 작품의 의미가 뭘까,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추구하는 거 같아요. ‘이 이야기가 가치가 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가 있나’ 생각하게 되요. 단순히 맹목적인 사랑만 나온다면 우리한테 필요한 건 아닐텐데, 싶거든요”

‘동백꽃 필 무렵’의 뜨거운 인기는 집필을 한 임상춘 작가에게로 이어졌다. 앞서 ‘쌈, 마이웨이’와 같지만 다른 결의 작품으로 모처럼 시청자들 가슴에 훈훈한 훈풍을 불어넣었기 때문. ‘쌈, 마이웨이’가 청춘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대표된다면 ‘동백꽃 필 무렵’은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여기에 오롯이 드라마로만 소통하기를 원하는 임상춘 작가의 신비성까지 더해지며 ‘네티즌 수사대’가 꾸려지기도 했다.

“(작가님을) 지켜드리고 싶어요. 추측 때문에 더 화제가 되는 거 같아서…. 온전히 글로 봐 드릴 수 있으면 어떨까 싶어요. 제가 만났을 때는 글처럼 따뜻하고 선한 분이셨어요. 작가님은 보면 볼수록 ‘나이는 몇살이지’ 하는 느낌이 들어요. 재기 발랄하게 ‘어쩜 이렇게 재밌게 쓰나’ 하다가도 깊이를 알기 힘든 이야기가 나와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산신령같은 느낌도 들고 그래요. 아기 동자 아니면, 짓궂은 산신령이라고 할까요(웃음)”

드라마 전체적으로도 좋은 작품이었지만, 이번 드라마는 배우 염혜란에게 또다른 발판을 마련해줬다. 그간 대다수의 작품에서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 역할을 다했다면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오롯이 홍자영으로 존재했다.

“전작에 대한 고마움이 생기더라고요. ‘라이프’라는 작품에서 처음으로 4대보험이 되는 정규직을 맡았는데 그 느낌을 보신거 같더라고요. 낯섦이 주는 신선함이 캐스팅에 유효 했다고 봐요. 저를 제일 처음 생각 하셨을 거 같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신선하고 재밌을까’ 생각했을때 의외의 캐스팅으로 눈을 돌려보자 싶으셨던 거 같아요. 지금 자영이로 알아봐주시는게 제가 잘해서라기 보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우주의 기운으로 이루어졌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좋은 시기를 만난 거 같아요”

지금은 어느 작품에 출연해도 ‘믿고 보는’ 염혜란이지만, 과거에는 비슷한 배역이 들어와 고민에 빠진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혹자들이 말하는 ‘뚜렷한 색’이 없다는 게 오히려 다양한 인물을 소화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때는 사람들이 너 캐릭터 애매하지 않니? 한 적이 있었어요. 살을 더 찌우거나, 빼던가 이런 식으로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애매함이 주는 평범함이 좀 장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디서 본 사람 같고, 특출하게 예쁘지도 않고, 못 나게도 되니까요. 이번에 느낀 건데 많이 도와주고 세팅을 하면 예뻐보이기도 하는 거 같아요. 저는  가운데 있는 느낌인 거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딱 보면 연예인같잖아요. 같이 육아하는 엄마들은 TV를 안 보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래서 가끔 '이 언니가 뭘해요?’ 이래요(웃음)”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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