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배우 이영애. 늦가을, 그녀의 귀환이 영화계를 설레게 했다. 지난 2005년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대미를 장식한 '친절한 금자씨'에서 우아하고도 잔인한 금자를 연기하며 한국영화사상 대체 불가한 캐릭터를 완성한 이영애. 그녀는 금자를 끝으로 결혼과 출산 등 가정에 몰두하며 스크린에서 잠시 자취를 감췄다.

그러다 2017년, 드라마 '사임당' 출연과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를 통해 진행된 이경미 감독의 단편영화 '아랫집'으로 얼굴을 비추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스크린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지난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이영애는 "14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라며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30대까지 줄곧 달려왔다. '대장금' '친절한 금자씨'가 호평을 받고 나니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 뭘 더 바라나,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을 이루고 쌍둥이까지 낳고 나니 엄마로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이 많더라.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공백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쌍둥이 엄마로도 충분히 만족하지만 배우로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게 좋더라. 아직 나를 환영해주는 분들이 있을까 생각할 때도 있었다. 기다렸다는 댓글과 응원의 말을 통해 소리 없이 기다려주신 분들의 존재가 돌아올 수 있는 힘이 됐다"라며 배우로서의 그녀를 기다려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녀가 복귀작으로 선택해 남다른 관심이 집중된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는 6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을 봤다는 제보를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마을로 아이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영애는 선택 이유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꼽았다.

“아직까진 대본과 저의 합을 중요시해요. 소개팅도 첫눈에 느낌이 있지 않나요? ‘대장금’도 그랬듯이 술술 잘 읽히면서 몰입도가 뛰어났어요. 여운이 있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깊은 울림, 사회에 울리는 경종의 메시지도 있었죠. 배우로서 도전해볼 만한 다이나믹한 감성의 풍부함도 있어 끌렸어요.”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극 중 이영애가 연기한 정연은 시골 마을 낚시터에서 아들 윤수를 봤다는 제보를 얻고 한달음에 달려가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녀에게 적대적이다. 아이의 흔적을 발견한 정연은 도저히 혼자 떠날 수 없고 진실을 찾아 마을 깊숙이 발을 디딘다. 이영애는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온 진심을 다해 표현한다. 모성에 대한 이야기고 마침 쌍둥이 엄마가 된 후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에 이영애의 엄마 연기를 기대하는 시선들이 있었다.

“엄마가 됐으니까 엄마 연기를 해야겠단 생각은 아니었어요. (아이에 대한 정연의 마음은) 엄마만의 감정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알아야 할 감성,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살다 보니 바쁘니까 잊게 되는 폭 넓은 사랑의 감정을 찾아가는 영화죠. 모성애 이상의 사랑은 없다고 하지만 관객들이 폭넓게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당사자가 되면 감정에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엄마가 된 후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달라졌지만 영화에선 절제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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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되어가는 거 같아요. 길 가다가도 쌍둥이 엄마라고 하면 손을 잡고 얼마나 힘드냐고 꼭 말 걸게 돼요. 옆 빌라에 아이 셋 키우는 엄마가 있는데 제가 광고하는 분유랑 화장품도 가져다 주고 그래요. 반면, 영화에선 절제하려고 했어요. 전에 뉴스나 TV에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집중했는데 이젠 더 아프게 느껴져서 피하기도 해요. 영화에선 감정이 폭발하는 부분들을 참고 절제하려고 했어요. 안에서 소화하려는 연기톤으로 잡았죠.”

때문에 폭발하는 연기 장면은 편집되기도 했다. 이영애는 “아깝다고도 생각했는데 전체를 놓고 봤을 땐 편집되는 게 낫겠더라”라고 했다. 반면 다소 무자비하게 느껴지는 액션 장면들은 그대로 나온다. 영화엔 관객에 따라 보기 힘들 수도 있는 장면들이 더러 있다. 아동 학대를 다루거나 극 중 마을 사람들이 비밀을 좇는 정연과 대치하며 구타하는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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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나리오는 더 수위가 높았어요. 초본을 받았을 때부터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다듬어나갔어요. 영화는 2시간 안에 현실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어느 정도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었으면 했어요. 수위가 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줄거리에서 필요한 부분이고 사실에 입각해서 알 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운이 길게 갈 수 있게 하는 부분이죠.”

“액션연기를 준비하면서 구르는 거라도 제대로 해야 하니까 액션스쿨에서 배웠어요. 잘할 줄 알았는데 머리가 핑 돌더라고요.(웃음) 막상 해보니까 재밌었어요. 더 세월이 가기 전에 액션의 재미를 더 알고 싶어졌어요. 화면으로 보니까 더 알겠더라고요. 새 장르의 세계를 알게 됐어요.(웃음)”

 

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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