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쯤 뮤지컬 성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관극을 꿈꾸곤 한다. 해외여행 위시리스트로도 꼽히는 뮤지컬 투어를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며 한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가 오는 12월부터 펼쳐진다.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곡들로 이뤄진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이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 2012년 25주년 기념 내한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귀한 공연이다. 최근 협력연출 라이너 프리드와 음악감독 앤드루 로저스를 비롯해 주역 세 배우 조나단 록스머스(유령 역), 클레어 라이언(크리스틴 역), 맷 레이시(라울 역)의 공동 인터뷰가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됐다. 

사진='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 스틸

월드투어 팀은 “한국 관객들이 얼마나 열성적인지 안다”라며 “(초연 후) 20년 동안 한국과의 러브라인이 형성됐다. 그 사이 바람도 폈지만 원래 연인인 ’오페라의 유령‘으로 돌아올 것 안다”(연출 라이너 프리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1986년 런던 초연 이래 올해 33년째 전 세계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세계 4대 명작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캣츠’ ‘미스 사이공’)로 꼽힌다.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웨버의 ‘All I Ask of You' 'Think of Me' 등 뮤지컬을 몰라도 알 만한 수많은 명곡을 비롯해 오페라하우스를 재현한 웅장한 무대,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뮤지컬에 서게 된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열연 등 두말하기 입 아플 만큼 잘 알려져 있다.

올해 2월 필리핀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이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투어를 돌고 오는 12월 13일 대망의 한국 공연 첫 발을 뗀다. 부산 드림씨어터 개막을 필두로 내년 3월부턴 서울 블루스퀘어, 7월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하며 겨울과 봄, 여름 세 계절을 한국과 함께할 '오페라의 유령' 팀과의 공동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사진=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Q. 앤드루 로이드 웨버라는 걸출한 작곡가의 작품을 하게 된 소감, 그리고 웨버 음악의 매력에 대해 듣고 싶다.

조나단 록스 머스 : 모든 작곡가는 마음을 담아 혼신의 힘으로 곡을 쓴다. 그런데 웨버는 특히 그런 작곡가다. 웨버의 음악은 로맨스, 정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 등 범위가 광범위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론 선입견 없이 진심 어린 음악을 쓴다고 본다.

‘오페라의 유령’의 넘버들은 그의 뮤즈였던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한 사랑이 담기지 않았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썼으니 노래에 얼마나 진심 어린 사랑이 담겼을까. 그래서 우리 귀에 울리는 거다. 진실된 사랑의 노래기에 훌륭하다.

앤드루 로저스 : 복잡한 동시에 심플하다. 남녀노소 누구든 공연을 보면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나가게 되는데 그 안에 복합적인 요소가 함께 들어 있다. 30년 넘게 관객의 귀에 친숙하게 기억에 남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친숙하게 들릴 뿐 아니라 기승전결이 잘 이어지며 흐름을 깨지 않는다. 그건 마법이다.

사진=라울 역의 맷 레이시와 크리스틴 다에 역의 클레어 라이언

Q.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서게 된 소감이 어떤가. 작품을 원래 좋아했나.

맷 레이시 : 어릴 때 이 작품을 알게 됐을 때만 해도 내가 이 작품에 몸담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내가) 키도 작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라울이라는 좋은 역할을 하게 돼 특권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동안 젊은 나이의 낭만적인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은 다소 깊이감이 있는 인물이다. 라울을 연기하며 삶의 경험도 부여시킬 수 있고 연기도 늘릴 수 있었다. 매일 도전에 임하는 기분이다.

클레어 라이언 : 인생에서 처음 접한 뮤지컬이다. 처음 본 이후 잊을 수 없었다. 가족들과 함께 뮤지컬을 봤는데 그 후로 집에 테이프를 틀어놓고 따라 불렀고 크리스틴을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포스터도 붙여놨다. 맷과 다르게 나는 저 뮤지컬을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웃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연기와 노래 말고는 다른 장래희망을 가져본 일이 없다. 연기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이고 굉장히 큰 특권이다. 크리스틴 역을 한국에서 하게 된 것도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조나단 록스머스 : 다른 많은 작품이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시키지만 이걸 보면 다른 아무 것도 연상되지 않지 않나. 그만큼 작품의 힘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에서 어쩌다 한 번 이런 강렬한 작품이 나온다. 내 경험상, 2011년 처음 이 작품을 했고 이어서 다른 많은 작품을 했지만 ‘오페라의 유령’만큼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준 작품이 없다.

어릴 때 처음 보고 나서 유령 역을 한 배우를 보며 ‘하고 싶다. 해야겠다’라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집착에 가까운 꿈을 키워나갔다. 내 꿈의 역할이었고 공연을 하면서도 매일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른 어떤 역할도 이만큼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 확신한다.

사진=협력연출 라이너 프리드

Q. ‘오페라의 유령’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라이너 프리드 : 너무 많다. 작품의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항상 ‘마법’이라고 답한다. 구체적으론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된다는 게 비결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눴다. 커피 마시면서 진행되는 순조로운 대화가 아니었다. 각자 자존심을 세우고 마찰이 많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모두가 작품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은 같았다.

그런 제작진 사이에서 얼마 전 작고한 오리지널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가 접착제가 아니었나 싶다. 안무가, 무대 연출가 등 훌륭한 분들의 의견이 모아져 마법처럼 만들어졌다.

 

Q. 7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공연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라이너 프리드는 2012년 내한 때도 연출로 참여했다.)

라이너 프리드 :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한다. ‘오페라의 유령’과 ‘빌리 엘리어트’ 내한공연을 하며 여러 번 왔다. 한국 관객들이 얼마나 열성적인지 안다. 내성적인 것처럼 마음을 감추기도 하는데 나한텐 못 감춘다. (초연 이래) 20년 동안 한국과의 러브라인이 형성됐다. 이 열정을 존중한다. 그동안 바람도 폈지만 원래의 연인인 오페라의 유령으로 돌아올 걸 안다.

사진=음악감독 데이빗 앤드루 로저스

Q. 어렵겠지만 ‘오페라의 유령’의 수많은 명곡 중 대표곡을 고른다면?

앤드루 로저스 : 훌륭한 곡들을 너무 많이 알 거다. ‘Music of the Night' 'All I Ask of You' 'Think of Me' 등은 뮤지컬 바깥에서도 자립적으로 활동할 정도로 성공했다. 그런데 그런 곡들보다 ’Notes‘를 꼽고 싶다. 극장장의 사무실에서 7명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극장 직원들, 라울, 카를로타, 피앙지, 크리스틴의 친구 매그, 매그 어머니인 발레 마스터가 나오고 크리스틴은 유령의 은신처에 있어 그녀를 찾는 상황이다.

7명이 각자 의견을 쏟아내는 난리통 속에서 유령의 편지가 오고 혼란이 고조된다. 음악이 엄청나게 복잡하지만 기승전결을 이어가는 스토리텔링이 훌륭한 넘버다. 단어 하나하나를 알아듣지 못해도 각 캐릭터들의 목적을 전달받을 수 있다. 천재적으로 쓰인 음악이다. 이 곡은 팝스타가 텔레비전에 나와 부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다. 웨버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곡이 아닐까.

 

Q. 7년 전에 역대 최연소 유령으로 화제가 됐다. 이번 월드투어로 7년 만에 다시 유령 역할을 하게 된 소감은?

조나단 록스머스 : 7년 동안 개인적으로 녹록치 않은 일들도 있었다. 분명 삶에서의 경험이 유령을 연기하는 데 영향이 있었을 거다. 유령은 체력 소모가 큰 역할이다. 크리스틴과 라울이 마라톤 선수라면 유령은 단거리를 뛰는 선수 같다. 그래서 7년 후엔 같은 역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32살인 지금도 그런데 다음은 당연히 더 힘들 거다. 미래에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 역할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열심히 임하려 한다.

 

Q. 클레어도 지난 마닐라 공연 이후 7년 만에 조나단과 다시 ‘오페라의 유령’에서 재회했다.

클레어 라이언 : 그때와 지금의 삶이 많이 달라졌고 마찬가지로 공연계도 변했다. 라이브씨어터의 묘미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날 그날 캐릭터의 농도가 다르게 표현되는 게 아닐까. 관객도 각자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이 때문에 봤던 관객도 또 보러오는 거 같다.

사진='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콘셉트 컷

Q. 7년 전 내한공연 이후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클레어 라이언 : 그때 고향에 돌아가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한국 음식이 맛있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다. 한국에 단골 음식점도 있다. 두 배우에겐 한국이란 나라를 얼마나 좋아하게 될지 미리 얘기해놨다. 관객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도 알고 있어서 새로 서는 도시인 부산 투어도 기대된다.

 

Q. 공연을 앞두고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맷 레이시 : 체력 조절이 중요하다. 평균 주당 8회 공연한다. 어떻게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 공연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공연 끝난 날 관광을 무리하게 하다 힘들었던 적도 있어서 관광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 몸의 수분량과 음식 섭취도 지장을 줄 수 있어서 페이스와 밸런스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Q. 극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클레어 라이언 : 어떤 장면에선 감정을 자제해야 하고 어떤 장면에선 한껏 표현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2막의 ‘Don Juan Triumphant‘다.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유령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인데 아주 즐기면서 부른다. 매번 소름 끼친다.

맷 레이시 : 클레어의 의견에 동의한다. 배우로서 에너지를 쓰면서 전달하다가 그 넘버에서 마지막 부분을 표출해내며 느끼는 감정이 소름 끼치게 좋다. 줄다리기 싸움을 하는 듯한 두세 시간의 끝에서 모든 걸 털어내는 순간이다. 또 ’All I Ask of You‘를 빼놓을 수 없다.

사진='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캐릭터 포스터. 순서대로 크리스틴, 유령, 라울

조나단 록스머스 : 분장실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순수한 사랑을 키워가던 라울과 크리스틴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인데 사실 내가 숨어 있다. 모르는 관객들도 있을 거다. 몰래 관객들의 기대에 찬 얼굴을 바라보는게 즐겁다. 내가 숨어있는지 모르는 관객들에게 7분 동안 표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Q. 개막 전,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라이너 프리드 : 웨버는 무대 위의 훌륭한 건축가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원작이 있는 뮤지컬이다. 웨버는 원작을 훌륭하게 해석한 사람이다. 해석의 방향을 염두에 두고 보면 좋겠다.

처음으로 관람하든, 전에 관람 경험이 있든 이번 작품을 보면 신선하다고 생각할 거다. 1등급 배우들과 공연하게 돼서 기대가 크다. 한국 관객들이 믿어줬으면 좋겠다. 많은 도시에서 공연해왔지만 이렇게 훌륭한 프로덕션과 함께한 건 처음이다. 그렇지 않다면 김치를 먹지 않겠다. 진심이 아니라면 내가 사랑하는 김치를 두고 어떻게 이렇게 말할까.

조나단 록스머스 : 아직 ‘오페라의 유령’을 본 적이 없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불이 나기 전에 연기가 나지 않나. 뭐든 증거가 있기 마련인데 ‘오페라의 유령’은 뭐가 훌륭한지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와서 봐야만 알 수 있다. 이번 프로덕션은 기술 발전의 힘이 크다. 한국인을 포함한 다문화의 기술진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이 작품 여러 문화 인물들이 뭉쳐 전달되는 힘이 있다. 전에 봤던 친구와 함께 와도 좋고 처음 보는 분들도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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