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뭐하니?’ ‘같이펀딩’ 돌아온 김태호 PD가 MBC 주말 예능 화제성을 다시 ‘끌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해외연수를 떠났던 김태호 PD가 돌아오며 시청자들이 기대한건 단연 ‘무한도전’ 시즌2였다. ‘무한도전’ 종영 후 후속프로그램이 편성됐지만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이 바닥을 쳤고, 13년간 토요일 저녁을 책임져온 프로그램의 부재에 시청자조차 방황했다.

하지만 긴 침묵을 깨고 돌아온 김태호 PD가 내놓은 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예능이었다. ‘놀면뭐하니?’ 프리뷰에는 김태호 PD가 휴식기 동안 고민해온 지점들이 역력히 드러났다. 하나의 명사가 되어버린 유재석이라는 인물의 새로운 쓰임새, 그리고 기존의 예능인 풀에 한정된 멤버 구성이 기시감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것.

김태호 PD는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데 이게 의미 있는 시행착오였으면 좋겠거든요”라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뭔가 조금이라도, 100%는 아니라도 10%라도 새로움이 있었으면”하던 유재석의 바람처럼 현실로 이루어졌다.

시작은 릴레이 카메라였다. 유재석과 조세호를 시작으로 퍼지기 시작한 카메라는 제작진 의도와 무방하게 흘러갔다. 사실 익숙하지 않은 포맷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예능 관성에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출연진들이 기존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면면들을 만들어내며 김태호 PD의 바람대로 ‘의미있는 시행착오’가 됐다.

그리고 이런 결실이 ‘유플래쉬’, ‘뽕포유’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유재석의 무한도전’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놀면뭐하니?’를 채우고 있는 건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제3의 인물들이다. 유플래쉬의 경우 드럼신동 유재석의 단출한 8비트 연주 하나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장르를 아우르는 뮤지션들의 결집으로 이어졌다. 이에 지난 19일 방송에서는 완벽하게 하나의 창작물이 된 유재석의 드럼 연주가 무대에 올랐고, 음원차트까지 장악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태호 PD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 후배 PD의 메인 디렉팅을 지원 및 총괄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된 ‘같이 펀딩’ 역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같이의 가치’를 프로그램에 녹여내며 공영 방송다운 착한 메시지와 동시에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시의성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어느 때보다 애국심이 고조되고 있던 때에 유준상의 태극기함은 폭발적인 관심과 함께 크라우드 펀딩과 홈쇼핑이 ‘완판 행진’을 일으켰다. 유인나, 강하늘의 ‘드라마같은 비주얼’ 케미가 화제가 됐던 오디오북 프로젝트는 ‘난독시대’에 책이 주는 가치를 다시금 일깨웠다. 덕분에 동네서점이 주목받는 것은 물론, 새로운 미디어셀러의 탄생을 알렸다.

태풍 피해로 인한 과일가격 폭락으로 한숨 짓는 농가를 재조명한 장도연의 ‘같이사과’는 진정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며 가슴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누구나 말하지만 누구도 실천하지 못하는 환경보호를 주제로 내건 우리바다 지키기 프로젝트 역시 첫방송부터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해야 웃긴다’는 예능에서 김태호 PD는 착한 가치를 실천하며 화려한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때 가학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지탄을 받아온 예능판에서 방송의 순기능을 되찾으며 ‘착해도 재밌을 수 있다’는 가치를 입증했기 때문. 물론 ‘무한도전’ 때만큼의 시청률이나 사회적인 영향력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보장된 성공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지금이야 김태호 PD에겐 ‘무한도전’의 시기 아닐까.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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