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명박 정부 때 쿨했다”는 국감장 발언 파장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어느 정부가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질의에 “MB때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다”고 답한 바 있다.

당장 MB정부 시절 부당하게 고초를 겪었던 해직 언론인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윤석열 검찰총장, MB 때가 쿨했다고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늘 가해자가 되어온 입장에서야 권력은 쿨하겠지요. 단 한번이라도 그 무지막지한 권력에 참혹하게, 억울하게 인권을 침해당하고, 인격살해를 당하고도 쿨하다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박했다.

이어 “선출되지도 않고, 견제받지도 않는 그래서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검찰 권력집단의 오만과 무지, 부당한 권력에 참혹하게 인권이 침해당하는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무신경, 황당한 역사인식이 응집돼 있는 모습을 봅니다. 섬뜩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저렇게 엄청난 권력이 주어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임기 말이던 2008년 이명박 정부 검찰로부터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를 당하며 KBS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2011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한학수 MBC PD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이 쿨하다고 하던 시기에 ‘PD수첩’은 죽음과도 같은 암흑의 시절을 보냈다. PD들과 작가들이 체포되고 수갑을 차야했던 그런 시대였다”며 “당신의 쿨함이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PD수첩 제작진은 1, 2심 무죄에 이어 2011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본인의 경험에 한정해 한 언급이라 해도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의 편향성에 비춰볼 때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가장 공정한 것처럼 거론하면서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간섭이 있다는 식의 ‘돌려까기’ 뉘앙스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명박 정부 초기의 검찰 행태는 온 국민에게 검찰의 정치편향을 보여준 비상식의 극치, 그 자체였다”며 “이것을 ‘쿨하다’고 표현한 윤 총장은 검찰의 자기 입장(이익과 논리)만 생각하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서 한국 권력지형의 한편, 즉 습관적·체질적으로 강자들의 편에 서 있는 ‘정치검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18일 언론에 배포한 해명문에서 “어제 국정감사 중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어느 정부가 그나마 중립적입니까? 중립을 보장하고 있습니까’라는 모 의원의 질의에 대해 검찰총장은 과거 본인이 검사로서 직접 처리한 사건을 예로 들며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검찰수사 과정의 경험 및 소회를 답변하려 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보고를 하지 않고, 청와대에서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하여 일체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하였으나 해당 의원이 답변 도중 다른 질의를 이어감에 따라 검찰총장의 답변이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검찰총장이 설명하려던 취지가 충분하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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