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나니 시원섭섭하고 감개무량 해요. 개인적으로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점도 있어요. 저만 보이는 거죠. 자기가 자기 목소리 들으면 부끄러운 느낌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표정은 왜 저래 싶고 그래요”

OCN ‘타인은 지옥이다’(연출 이창희/극본 정이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중옥을 만났다. 드라마에서 ‘이름 있는’ 배역을 맡은 게 거의 처음이긴 하지만 그의 캐스팅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이건 진짜다’ 확신이 들었다. 지난해 우민호 감독과 송강호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마약왕’, 1600만을 기록한 ‘극한직업’을 통해 이중옥은 신스릴러로 떠올랐다. 긴 호흡으로 연기에 임해왔지만 불과 1~2년 사이에 영화와 드라마 작품이 몰려서 들어왔고, 뚜렷한 캐릭터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갑자기 1~2년간에 작품수도 많이 늘어나고 각인이 되는 역할들을 하다보니까 부담도 되고, 혼란스러워요. 이전 역할보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게 쌓이고 있어요. 연극을 할 때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방법을 전혀 몰랐어요. 영화사를 돌아다니면서 무조건 프로필을 돌렸죠. 그러다 2015년에 ‘마약왕’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이후에 운이 좋아서 ‘극한직업’ 오디션도 봤고, ‘손 the guest’도 하게 됐구요. 때마침 소속사도 생겼어요. 이때쯤 결혼을 하게 되서 생계 문제도 있었죠. 사실 와이프가 없었으면 안됐겠다 싶어요. 아내가 가서 오디션을 보라고 주소까지 찍어줬거든요. (아내가) 농담삼아 자기도 지분이 있다고 해요”

이렇게 쭉쭉 뻗어가는 이중옥에게 ‘타인은 지옥이다’는 명과 암이 분명한 작품이었다. 그가 연기한 홍남복 역할이 성범죄자 캐릭터였기 때문. 장르물 특성상 단점이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었고,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로서 부담이

“그게 가장 큰 고민이였어요, 시청자분들이 보기에 어떠실까. 성범죄에 대한 의식이나, 사회적인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지 않잖아요. 감독님이랑 상의도 많이 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많았죠. 이 역할이 범죄자로는 완성형 인물이잖아요. 성범죄, 장기밀매, 살인마. 웹툰보다 덧붙여진 것들이 많아요. ‘이걸 보실까’ 싶더라고요. 상상을 많이 하면서 연기를 한 거 같아요. 홍남복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자랐을까. 무슨 생각으로 고시원까지 왔을까. 호감형이 아니니까 무시도 많이 당했을 거고, 이런 식으로요”

단어들만 늘어놓고 봤을 때는 자극적이지만 사실 홍남복은 대사가 많지는 않은 인물이었다. 변득종(박종환)이 사사건건 윤종우(임시완)의 신경을 건드리고, 서문조(이동욱)가 노골적으로 다가선다면 홍남복은 존재 자체로 그에게 위협을 줘야 했다.

“윤종우랑 처음 만났을때, 그리고 그 다음에 마주쳤을 때 시선에 편차를 두려고 노력했어요. 웹툰에 있는 장면을 캡쳐해가면서 눈빛도 연구했어요. 촬영 내내 웹툰 캐릭터를 캡쳐한 걸 가지고 다녔어요. 어떤 식으로 윤종우한테 압박을 가할까 고민했는데 진짜 시선 밖에 없더라고요. 중국어는 따로 공부를 했어요. 개인적으로 중국어 선생님을 섭외해서 배웠어요. 원래 웹툰에는 중국어 장면이 없는데, 드라마에서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쌓여지는 지점이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만 보면 어둡고 말수가 적어보이지만, 단역으로 출연했던 ‘왓쳐’ 그리고 ‘극한직업’만 보더라도 이종욱의 유쾌한 면을 엿볼 수 있다. 방송 중 공개된 현장 스케치 영상만 보더라도 장난기도 많고 활발한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님이 ‘액션’하시는 소리를 놓칠만큼 웃고 떠들었어요. 소품으로 장난치고 놀다가 스태프들이 눈치를 줄 정도였어요. 그 정도로 재미있게 찍었던 거 같아요. (출연진) 연령대가 비슷해서 그런거 같아요. 이정은 선배님이 제일 연장자시지만 선배답지 않게 편하게 해주셨어요. 임시완씨도 팀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고 유쾌하게 해줬어요. 그런것들이 다 모여서 재밌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이종욱의 성격은 이미 제작발표회에서도 예고{?} 됐다. 이동욱은 이종욱을 가리켜 “귀엽다”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수의 작품에서 ‘범법자’ 캐릭터를 했지만 유독 러블리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이중옥은 수줍게 웃어보였다.

“이동욱씨랑은 세대가 맞아서 공감이 많이 된 거 같아요. 옛날에 잊혀졌던 상표들을 서로 알고 있다거나 그런 공감대가 있는 세대인 거죠. 제가 형이니까 이동욱씨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더라고요. 뭐라도 하나 챙겨주더라고요. 저도 촬영장가면 이동욱시가 왔나 안왔나 확인하고, 일부러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어요. ‘왓쳐’는 잠깐씩 나오는 거라 전체 대본을 잘 몰랐어요. 굳이 어둡게 할 필요가 없을 거 같더라고요. 감독님도 마음에 들어하셔서 제 생각대로 했던 거 같아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지킴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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