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모던록 밴드 넬(NELL)이 새 앨범을 공개한다. 이름이 장르가 된 넬은 3년 만에 발매하는 8번째 앨범 ‘Colors In Black'을 통해 검정이라는 색이 여러 색깔이 모여 수렴된 결과이듯 우울, 슬픔 등 감정 안에 숨겨진 다양한 이면을 노래한다.

10일 오후 6시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는 새 앨범에 대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넬의 네 멤버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넬의 보컬이자 이번 앨범 9개 트랙 전곡을 작사·작곡한 김종완은 이번 앨범을 발매하며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음악을 해왔지만 이번 앨범은 특히 설렌다”는 소감을 전했다. 싱글과 음원 위주로 돌아가는 음악계에서 9개 트랙으로 꽉 채운 정규앨범을 발매한다는 점, 그리고 이전과 다른 작업 과정을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규앨범을 내는 것만으로도 설레요. 알게 모르게 3년이 지나버렸고 무의식적인 갈증이 있었어요. 싱글에 스토리와 감정을 담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리고 올해 초 태국 방사라이 해변 근처 레지던스에서 머물면서 작업했는데, 다른 나라에서 합숙하면서 곡 쓰고 작업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오래된 친구들이라 낯간지러운 얘기를 못하는데 진짜 만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했어요. 더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죠. 이야기하는 모든 과정이 좋았고 음악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매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새롭고 즐거웠어요.”

사진=넬 멤버 김종완(보컬)

앨범 타이틀 곡은 ‘오분 뒤에 봐’로, 늘 함께하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연중 행사처럼 띄엄띄엄 멀어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한다. 김종완이 어릴 적 스위스에 있을 때 터키인 친구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See You in 5”가 모티브가 됐다.

“일주일에 3, 4번 만나던 친구들을 한 달에 1번, 1년에 한두 번 보게 되더라고요. 전엔 어린 나이에 간(죽은) 친구들이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질 정도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어요. 이렇게 살다 보면 살아 있는 동안 몇 번 못 보겠다, 싶더라고요. 씁쓸하고 두렵고 안타까워서 쓰게 된 곡이고, 단순히 “만나자”는 내용인데도 곡을 붙이고 나니 쓸쓸하고 슬펐어요.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내용이에요.“

사진=넬 멤버 이정훈(베이스)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는 타이틀곡을 필두로 사랑의 진부한 끝을 노래하는 ‘Cliche(클리셰)’ 등 다채로운 감정이 이번 앨범을 수놓지만 중심에는 어두운 정서가 있다. 그렇지만 넬은 “원래는 컬러가 없는 블랙에 가까운 앨범을 만들려고 했던 게 태국에 가면서 밝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낸 ‘C’ 앨범 이후로 이래저래 일이 많았어요. 사적으로 슬픈 일이 많아서 독기가 많이 쌓였어요. 그래서 1~2년 전부터 굉장히 어두운 앨범을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태국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음악 생각만 하면서 슬픔, 좌절, 우울이란 어두운 감정에도 여러 색깔이 있을 수 있겠구나, 느꼈어요. 슬픔 우울 불안 절망 같은 감정이 뭉쳐서 내 삶을 벗어날 수 없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도 다양한 이유와 생각이 있다고 생각하니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고요. 조금 더 수월해졌어요.”

“가사는 밝지 않고요.(웃음) 앨범에 표현 방식이 다른 9곡을 수록했어요. 20곡 작업하고 추린 13곡에서 또 추렸어요. 다 다른 색의 음악을 집어넣었어요. 중심에서 가사가 일관성을 잡아주고 사운드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는 게 특징이에요.”

사진=넬 멤버 정재원(드럼)

JTBC '슈퍼밴드'로 첫 예능에 도전했던 김종완은 “자극이 많이 됐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잘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고 개중엔 절실함이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오히려 (실력보다)그 모습이 자극됐어요. 어릴 때 공연장의 수요일 밴드 목요일 밴드가 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저 절실함을 유지해야겠다,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음악적으로도 잘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신적으로 리프레시가 됐어요.”

1999년 ‘세기 말’에 결성된 넬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한국 음악신을 대표하는 장수 밴드가 된 비결에 대해 멤버 이정훈은 “네 명의 성격이 제각각 다르다”라며 “그렇기에 오히려 음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같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케미를 자랑했다. 이재경은 “어떤 팀보다 밤샘 작업을 잘한다. 끝을 보는 스타일이라 열정이 (장수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사진=넬 멤버 이재경(기타)

앞으로의 20년에 대한 바람도 덧붙였다.

“창작을 잘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멤버들 사이도 중요하다”는 이재경과 “올해도 금방 지나가서 10년, 20년이 금방 지나갈 거 같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정재원, “음악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서 시작해 매해 배워왔다. 20대 때는 마흔쯤 돼서도 배울 게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는데 지금도 배우는 거 같다. 하루하루 어제보다 나은 20년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정훈, “꾸준히 목표한 바를 조금씩 이뤄가며 음악적인 성과도 있고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는 김종완까지 모두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신인 밴드 못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김종완은 새 앨범을 접할 리스너들에게 작은 바람을 전했다.

“오랜만에 앨범이 나왔어요. 피똥 쌀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팬들도, 우리도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노래(오분 뒤에 봐)가 안 나와도 될 정도로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사진=스페이스클라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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