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이 제대 후 복귀작인 KBS 2TV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으로 제대로 여심 저격에 나서고 있다. ‘황용식’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단순히 멋있다는 말로 정의되지 않을 정도로 그 매력이 다채로운 캐릭터. 그간 ‘미생’ 장백기, ‘달의 연인’ 왕욱 등 진중하고 정적인 역할을 그려온 강하늘이 옹산 게장골목 황용식을 만나 인생캐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 미담제조기 강하늘+순박섹시 황용식=역대급 남주의 탄생

황용식은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온 ‘남주’들과 완벽하게 결이 다르다. 재벌도 아닐뿐더러, 그 흔한 비범함조차 없다. 그렇다고 언변이 뛰어나서 유려하게 감정을 표현하지도 못한다. 탈옥범을 잡아 경찰 임용이 되면서도 “그냥 보이니까 잡은 건데요”, “원래 제가요 막 이렇게 생각이 많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냥 딱 보면요, 몸이 탁 튀어 나가요”라며 직관적이고 투박한 화법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옷이라고는 근무복과 등산복밖에 없나 싶을 정도로 패셔너블한 캐릭터와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런 ‘순박함’이 황용식의 입덕포인트. ‘미담제조기’ 강하늘의 와일드 버전인 것 같은 황용식의 계산 없는 솔직함이 진정성을 배가시키며 시청자들에 닿고 있다. 그러나 황용식에게도 원대한 꿈이 있다. 다이애나비 같은 여자를 만나는 것. “반에서 5등 안짝에 들 거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지방 쪽보다는 서울 여자 그런 감성 있잖아요”라고 이상형을 말하는 황용식이 동백(공효진)을 만나 단순, 순박, 솔직, 우직, 용맹, 충직하게 부딪혀갈 전개에 기대가 모아진다.

◆ 황용식, 작정하고 멋있는 옹산 1등 남자

‘동백꽃 필 무렵’ 1회가 동백과 용식의 첫 만남을 묘사하는데 주력했다면, 2회에서는 본격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용식은 노규태(오정세)의 땅콩값 먹튀 사건으로 변소장(전배수)에게 등 떠밀려 사과를 했지만, 동백을 ‘술집애’라고 말하는 그의 면전에 “당신같은 사람한테 이딴 이야기 들을 일 없는 사람이라고”라고 사이다 일갈을 했다.

필구(김강훈)과의 케미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빠가 없는 필구를 ‘눈높이 화법’으로 위로하며 감동을 안기는 것도 잠시, 오락실에 갔다 동백에게 덜미가 잡혀서는 필구의 말빨에 밀려 또다시 ‘이상한 아저씨’로 낙인이 찍혀 웃음을 자아냈다.

동백이 아들 필구가 보는 앞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온갖 괄시를 당하자 따라오지 말라는 말에도 구태여 뒤를 쫓아갔다. 뭐가 그렇게 불안하냐며 언성을 높이는 동백에게 용식은 “울까 봐요, 울까 봐”라고 버벅거리며 “지금 어디 가셔봤자 혼자 어디 쳐박혀서 울기밖에 더 해요”라고 머리에서 입으로 ‘다이렉트 화법’을 선보였다.

누구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동백을 보면서는 ‘이상하게도 속에서 뜨거운 게 치밀었다. 화같기도, 미안함 같기도 한 뜨거운 게’라는 감정을 내레이션을 통해 드러냈다. 또 첫눈에 반한 동백에게 “오지랖 부려도 되는 그런 사이하면 안돼요? 우리 저거 해요. 친구요. 우리 친구 좀 해봐요. 친구하면 나 동백씨랑 필구 편 대놓고 들어도 되죠? 작정하고 편파적으로 해도 되는 거죠”라며 고백 아닌 고백을 전했다.

용식 캐릭터가 가장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 배려심 아닐까. 재벌이 아니라 물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없고, 대단한 미남이 아니라서 동백을 현혹시키지도 못하지만 누구보다 그녀에게 절실하던 ‘내 편’이 되어줄 용식. 상대에게 감정을 강요하지도 않고 달콤한 고백과도 거리가 멀지만 그래서 더 멋진 용식을 응원하게 된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