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 믿을 수 있겠어요?”
신뢰와 불신은 거창해 보여도 매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믿을 만한 사람과 믿지 못할 사람을 가르기도 하는 보통의 인간들은 의심하고 부딪히며 인간애를 잃기도, 되찾기도 한다.
‘메기’(감독 이옥섭)는 발랄한 색감의 포스터 한가운데 박힌 문구처럼 믿음과 의심 안에서 부유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기발하고 엉뚱하게 표현하는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는 마리아 사랑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어느 날 남녀의 성교 장면이 담긴 19금 엑스레이 사진이 병원을 발칵 뒤집어놓는다. 간호사 윤영(이주영)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은 “우리 것 같아”라고 이야기한다.
다음날 윤영은 사직서를 들고 출근하지만 병원 부원장 경진(문소리)은 선수를 쳐 “누군가 윤영이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가는 걸 본 사람이 있다”면서 잠깐 일을 쉬라고 한다. 윤영은 이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도로 품에 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병원은 고요하다. 모든 직원들이 별별 이유를 대며 결근한 것이다. 윤영과 경진은 병원 사람들이 엑스레이 사진이 자신의 것이라고 판단해 출근하지 않았다고 믿는 동시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서 직원들을 찾아간다.
‘메기’는 한 가지 플롯으로 설명할 수 없다. 불법촬영된 엑스레이 유포 사건 외에도 믿음을 뒤흔드는 사건들이 다양한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고 주인공들은 이 안에서 부유한다. 믿기로 해도, 믿지 않기로 해도 마음 한쪽이 씁쓸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영화는 적당한 위트로 강약을 조절하며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라는 이옥섭 감독만의 영화를 구축한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와 돌연 도심에 발생한 싱크홀, 이 모든 걸 관조하는 물고기 ‘메기’가 펼치는 선형적이지 않은 서사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이 세상 자체를 담은 듯하다.
조합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배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은 ‘메기’라는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얼굴들이다. 이주영은 초반만 해도 어려움 없이 결단을 내리고 부원장마저 변화시키는 단단한 내면의 소유자 윤영이 타인의 말로써 불신을 품게 되는 모습을 설득한다. 이주영은 ‘메기’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문소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경진이라는 캐릭터에 꼭 들어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경진은 윤영에게 휴직을 요구하는 단호한 사람인 동시에 어린시절 트라우마를 간직한 연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경진은 배우 문소리로 인해 인간적이고 정이 가는 인물이 된다.
한편, 영화의 웃음을 책임지는 건 구교환이다. 그는 ‘꿈의 제인’과 수많은 단편영화에서 보여줬던 코믹한 면모를 유감없이 뽐낸다. 특유의 매력 있는 목소리와 몸짓으로 등장하는 신마다 폭소를 자아내는 동시에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중한 면모까지 소화해낸다.
이밖에도 전지적 ‘메기’ 시점으로 영화를 설명하는 물고기 ‘메기’의 내레이션을 맡은 천우희를 비롯해 동방우, 권해효, 김꽃비, 던밀스, 심달기, 박경혜 등 짧은 장면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출중한 배우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라는 류시화 시인의 말을 인용한 극 중 대사처럼 ‘메기’는 신뢰와 불신 사이의 구덩이에 빠졌을 때 떠올리게 될 영화다.
명쾌한 해답은 없어도 문제를 대하는 마음가짐만은 달라지도록 관객들에게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러닝타임 89분. 15세 이상 관람가. 9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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