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 트럼프가 새 미국 대통령에 선출되고 캘리포니아는 독립을 선언한다. 한 배달원이 부상을 입자 드론이 그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그는 ‘렛 뎀 잇 머니’라는 저항단체에 가담한다.
‘렛 뎀 잇 머니’는 정치가, 자본가, 권력자들을 납치해 심문하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의사 결정을 내린 그들의 선택이 옳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유럽 대표극단 도이체스 테아터의 연극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 Which Future?!)’가 그리는 2028년까지의 가상 시나리오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초연되고 이번 한국에서 첫 해외공연을 열게 된 ‘렛 뎀 잇 머니’에는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약 10년간 유럽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사건들이 촘촘하게 나열된다.
유로존 붕괴부터 난민 대이동, AI에 의해 대체되는 노동력, 데이터의 통제와 감시, 민주주의 위기까지 현 시대와도 맞닿은 이야기다. 내한공연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렛 뎀 잇 머니’의 연출가 안드레스 바이엘은 독일의 저명한 영화감독이자 연출자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2011)과 유럽영화상 다큐멘터리상(2001) 등을 수상했다. 18일 진행된 안드레스 바이엘과의 간담회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최초 해외공연을 한국에서 열게 됐다.
A. 때마침 최초 해외공연을 한국에서 열게 된 게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독일 양국은 미래에 관한 같은 질문을 품고 있다. 과거의 유사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단순히 분단 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위협에 대한 존재론적인 고민이다. 고민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Q. 연극이 만들어진 과정은 어땠나.
굉장히 긴 연구와 자료조사 단계를 거쳤다. 환경, 경제, 노동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고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13개 워크숍을 마련했다. 10년 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참여형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예술적인 방식으로 나아갔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러 참여자들이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해나갔고 그것을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게 됐다.
한 가지 테마를 고를 수 있었지만 하나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연결하고 싶었다. 환경-경제-노동 등을 연결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복잡한 문제들을 예술적인 방식으로 풀고 싶었다. 예술가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참여자들에겐 도전이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인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모두에게 일종의 책임이 있고 그것을 의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술이라는 분야에선 세상의 존재론적인,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Q. 토론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던 미래사회의 위기는 무엇이었나.
연구기관과 심포지움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졌는데, 다양한 위기가 다뤄졌던 다양했다. 독일에선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이슈다.
이번 여름은 독일이 너무 건조해서 수확물 피해를 입은 두 번째 여름이었다. 숲이라는 공간이 죽어가고 있다. 산림 화재도 10배나 증가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방출돼서 악영향이 걱정된다.
또 하나는 재정위기 문제다. 유럽에 2007, 2008년도에 재정위기가 닥쳤고 그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다.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도했지만 안정됐다고 말할 순 없다.
다양한 두려움이 존재하고 그 중심에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존재론적인 질문이 있다. '내가 이 상태로 잘 살 수 있을까' '미래에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라는 질문들이 있다.
Q. 2017년부터 워크숍을 시작했다.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경제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2013년에 '산딸기 제국(라즈베리 엠파이어)'라는 연극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산딸기 제국'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재정위기 책임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내가 만났던 여러 책임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몇 년 뒤 같은 사건(경제위기)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고, 여기서 아이디어를 품고 출발했다.
위기가 발생한 후가 아니라 미래 시점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역으로 오늘날 우리는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두려움에 내몰려 쫓기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것을 동력 삼아 나아가는가가 중요한 포인트다.
Q. ‘렛 뎀 잇 머니’라는 제목은 어떻게 붙이게 됐나.
워크숍 토론 중에 한 참가자가 언짢아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대부분 경제와 돈을 이야기하면서 식량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불만을 제기하기 직전, 그 참가자가 “렛 뎀 잇 머니(Let them eat money! 돈이나 처먹어라)”라고 외쳤다. 괜찮다 싶어서 제목으로 선택했다.
Q. 10년 후인 2028년을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20년 후가 되면 너무 SF물처럼 흘러갈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사실이 아닌 픽션에 가까워질 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우리가 작성한 10년 후 시나리오 중엔 지금 벌써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작품 안에 나오는 생체정보 칩, 사적인 소유의 인공섬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 10년 후는 현재를 말하는 거울로 작용한다.
Q. 연출에서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무엇인가.
이번 연극은 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세상은 복잡한데 100분의 시간으로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다. 극 안에서 캐릭터와 관계를 보여줘야 하고 일종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하고 이와 함께 10년 후의 경제와 기후 모습을 그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실패와 성공은 맞물려 있다. 우리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다. 성공적으로 무대에 구현하는지 여부는 관객들이 평가할 것이다.
Q. 공연 초반, 무대에 소금이 깔린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삶의 에센스, 본질이 소금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삶을 파괴하는 이미지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메마른 바닷물이 갈라지면 소금기만 남는다. 그 자리엔 더 이상 아무것도 자라나지 않는다. 이렇듯 소금이 양면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다.
Q. 극 중 책임자를 문책하는 모습을 생중계한다고 소개됐다.
10년 후에는 저항에도 상업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때 상품성을 보장하는 게 팔로워라는 존재다. 팔로워들은 재미난 이야기와 쇼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라지고, 무언가를 제공해야 남을 수 있다.
연극 ‘렛 뎀 잇 머니’는 공연으로 끝나지 않는다. 2020년 이후 열릴 최종 토론이 남아 있다. 연출 안드레스 바이엘은 “주요 논쟁화두는 기후변화가 될 것이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 각 나라가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한 막중한 책임감을 품은 연극 ‘렛 뎀 잇 머니’는 오는 20일과 21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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