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개봉작 중 예매 순위 1위를 달리는 ‘타짜3: 원 아이드 잭‘은 배우 박정민에게 용기를 내야 하는 영화였다. 인기 시리즈물 ’타짜‘의 주인공 제의를 받고 설렘 반 고민 반 속에서 헤매던 박정민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물으러 다녔다.
그리곤 무릎을 탁 쳤다.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 그렇게 박정민은 전작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타짜‘라는 위험한 시리즈물에 올라탔다.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이하 ‘타짜3’)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이 목숨을 건 한판에 올인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전 ‘타짜2’에서 이동휘가 맡았던 짜리 역할 오디션에 도전했던 박정민은 이번 ‘타짜3’에서 주인공 도일출을 맡은 데 대해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이렇게 인연이 닿아 주인공 역할을 준다니, 기분이 좋은 동시에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도일출은 전작들과 다르게 굉장히 장르적인 인물이고 ‘타짜3’도 오락영화에 가까워서 그동안 해왔던 연기를 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이 영화에 어울리는 연기가 뭐지 생각했어요. 또 저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모든 캐릭터와 만나요. 제 연기가 삐끗하면 어긋날 거 같고, 영화 스토리 자체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죠. 많이 고민했어요.”
박정민은 ‘변신’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맡은 도일출은 전설적 타짜 짝귀의 아들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지만 포커판이 더 익숙한 초보 타짜다. 이 시대 청년 현실과 맞닿은 동시에 겁 없이 도박의 세계에 뛰어드는 도일출은 박정민과 만나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때문에 박정민은 여러 모로 공을 들였다. 능수능란한 포커 플레이를 위해 손기술을 6~7개월 익혔고 담배 피우는 신을 위해 따로 포즈를 만들기도 했다. “담배가 포커 사인이 될 때가 있으니까 일반적인 동작과는 달라야 할 것 같았다”라면서 “(제가) 손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라고 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에요. 그런 사람을 너무 리얼하게 연기하면 안될 것 같았고 그렇다고 너무 오락성에 치중해서도 안 될 것 같았어요. 제 이번 연기 변화로 관객들이 (박정민이) ‘저런 것도 할 수 있네’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었어요.”
영화 '동주'의 독립운동가 송몽규, '변산'의 무명 래퍼 학수 등 그가 주로 연기했던 역할은 외모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타짜’라는 영화엔 조승우, 최승현 등 한 얼굴 하는 멋진 주인공들이 대대로 자리했기 때문에 박정민 역시 영화에 걸맞은 외형을 만들고자 했다.
“감독님의 주문이기도 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남자다운 얼굴이 나오고 잘생겨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영화 찍으면서 살을 뺐는데 후반부에 가서 몸무게를 재보니까 처음 분량 때보다 20kg이 빠져 있더라고요. 촬영에도 공을 많이 들여주셨어요. (촬영진이) 으쌰으쌰하면서 제 외모를 잘 찍어주려고 했어요.(웃음) 최대치로 나온 것 같아요.”
‘타짜3’의 가장 큰 매력은 팀 플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도일출 앞에 등장한 타짜 애꾸(류승범)가 셔플의 제왕 까치(이광수), 연기력과 미모로 시선을 돌리는 영미(임지연), 재야의 숨은 고수 권원장(권해효)을 팀에 영입하고 이들이 거대한 도박판에서 펼치는 화려한 팀 플레이는 지루할 틈 없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팀뿐만 아니라 도일출과 계속 엮이는 정체불명의 여인 마돈나(최유화) 등 박정민은 모든 배우들과 호흡하며 촬영장을 누볐다. 그는 “시사회 때 모든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울컥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출연진과 현장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제가 모든 캐릭터들을 아우를 능력도 없고, ‘그렇게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워낙 다들 성격이 좋으셔서 누구 한 명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섯 명이 모이게 되더라고요. 아마 이끌어주시는 권해효 선배님, 류승범 형의 역할이 컸을 거에요. 저는 (주인공이지만) 오히려 보살핌을 받으면서 촬영했어요.”
특히 극중 우연히 엮여 ‘원 아이드 잭’ 팀에서 함께하게 되고 그를 한 발짝 성장시키는 애꾸 역의 류승범은 박정민이 전부터 동경하던 배우였기에 감회가 남달랐다고 전했다.
“승범이 형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니까 촬영이 절반 정도 진행됐을 때쯤 지치는 시점이 왔어요. 어느 날 승범이 형이 저한테 ‘슬슬 오기 시작할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나이 때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영화를 이끌었던 선배님이 저를 지켜보신 거에요. 평소엔 별 말씀 안 하시다가 어느 날은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이야기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 있어서 힘을 얻었어요. 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죠.”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인 임지연의 활약에도 기뻤다는 후문을 전했다. 임지연은 포커판에서 사기를 치고 다니던 중 애꾸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된 후 팀에 합류하며 말발과 연기력으로 상대편을 현혹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임지연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촬영할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지연이가 알을 깨고 나올 거라고 예고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워낙 잘하던 친구였어요. (지연이가) 재능이 뛰어나요. 동기로서 뿌듯했고 기분이 좋았어요.”
동료 배우들에게는 찬사를 보내면서 본인에 대해선 “지금 일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고 겸손해하는 8년차 배우 박정민.
“제 친구들과 부모님 다 ‘왜 일을 줄까’ 신기해해요. 아직은 제가 시나리오를 받고 주연을 맡는다는 데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어요. ‘이제는 안정적이다’라는 생각을 못해요. 매일 불안하게, 의아해하면서 지내요.(웃음)”
마지막으로 박정민은 올 추석 연휴 전날인 11일 베일을 벗는 ‘타짜3’의 매력 포인트를 묻자 “타짜1, 2가 나온 지 시간이 많이 지났다”면서 “그때 미성년자들이 이제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쾌감이 있을 거에요.(웃음) 추석 때 타짜를 보러 가는 것이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라고 어필하며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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