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없는 비틀즈 영화가 있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역대 최다로 20곡이 넘는 비틀즈 음악이 등장하는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비틀즈가 없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며 궁금증을 자극한다.

사진=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제목부터 비틀즈의 곡을 차용한 영화 '예스터데이'는 무명 뮤지션 잭 말릭에게 말도 안 되는 사고가 벌어지며 시작된다. 어느 날 밤 전 세계가 12초의 정전으로 암흑이 되고 그 찰나의 순간, 잭은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깨어나 보니 사지는 멀쩡하지만 그 누구도 비틀즈를 기억하는 세상이 돼 있다.

잭은 퇴원 기념 파티에서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부르는데 친구들은 “비틀이 누구냐” “딱정벌레냐, 차 이름이냐”고 해 잭을 경악시킨다. 유일하게 그들의 음악을 기억하는 잭은 비틀즈의 명곡들을 세상에 자신의 이름으로 선보임으로써 뮤지션의 길을 포기하려 했던 인생을 바꾸려 한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노팅 힐’ ‘러브 액츄얼리’ 등을 쓴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리차드 커티스가 각본을, ‘슬럼독 밀리어네어’ ‘127시간’ 등을 연출한 명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을 맡아 의기투합했으니 재치 넘치는 대사와 분위기 연출은 기대해도 좋다. 영화는 비틀즈의 노래를 기억한다는 사실만으로 하루아침에 동네 뮤지션이 천재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과정을 위트 있게 그린다.

사진=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관객 모두가 비틀즈의 명곡들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잭의 가족과 친구들이 보여주는 '비틀즈 없는 세상'은 새삼스럽고 유쾌하다. 잭이 세계 최초로 '렛 잇 비'를 부모님 앞에서 들려주는 순간, 그들이 심드렁하게 반응하다 "제목이 뭐였지? 렛 힘 비?" "리브 잇 비?"라고 헷갈려하는 대목은 폭소를 유발한다. 이 외에도 비틀즈 세상과 '비틀즈 알못'의 세상을 가르는 유머코드가 산재해 웃음을 빵빵 터트린다.

주인공 잭을 연기하는 히메시 파텔은 수천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배역을 따낸 만큼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비틀즈의 명곡을 시원시원하게 불러내는 노래 실력부터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잭의 변화를 그리는 섬세한 연기까지 해내 보인다.

잭의 매니저이자 소꿉친구 앨리를 연기하는 릴리 제임스 역시 ‘맘마미아2’에 이어 사랑스러운 면모를 유감없이 뽐낸다. 조연들의 활약도 빛난다. 특히 'Shape of You'의 팝스타 에드 시런이 본인 역할로 등장해 현실인지 연기인지 분간 안 되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믿고 보는 코믹연기 대가 케이트 맥키넌 역시 잭을 쥐락펴락하는 월드와이드 매니지먼트 전문가로 분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호탕한 매력을 자랑한다.

사진=영화 '예스터데이' 스틸컷

스무 곡이 넘는 비틀즈의 명곡을 러닝타임 내내 히메시 파텔의 매력적인 보이스로 들려주지만 그 점만을 특기하기는 아쉬울 만큼 즐겁고 유쾌한 영화다.

‘비틀즈 없는 세상’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과 음악, 연기, 연출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영화 ‘예스터데이’는 가을을 물들이는 원픽 음악영화가 될 것이다. 러닝타임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9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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