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가장 어린 ‘헤드윅’ 윤소호의 돌풍이 시작됐다. 지난 8월 17일, ‘헤드윅’의 이틀 차 무대에 오르며 대망의 첫 공연을 마친 윤소호를 지난주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소호는 첫 공연 소감에 대해 “만감 교차”라고 한 마디로 정리하며 시원시원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진제공=쇼노트

윤소호는 “공연 시작 전에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무대에서 내려오고 잘못된 점들을 체크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지만 후련하기도 했다. (시작 전에) 관객들과 소통하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한 동시에 ‘답을 안 해주면 어쩌지’ ‘호응해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친절하고 따뜻하게 반응해주셨다”고 말하며 헤드윅 마니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뮤지컬 '헤드윅'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동독 출신의 트렌스젠더 가수 헤드윅의 이야기를 다룬다. 강렬하고 스타일리시한 록 음악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헤드윅의 인생사(史)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다수의 마니아 관객을 양산했다.

조승우, 오만석, 조정석 등 쟁쟁한 스타들이 거쳐가며 ‘헤드윅’은 캐스트가 알려지기만 해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곤 한다. 때문에 배우의 부담도 점점 커지는 것이 사실. 제작사 쇼노트의 제의를 받고 부담과 설렘을 느끼던 윤소호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한 편의 뮤지컬인데 지나친 부담감이 나를 가두는 것 같아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뮤지컬 '쓰릴미'로 데뷔해 9년차 경력을 지닌 이 배우에게 이번 공연은 하나의 도전이 되기도 했다. 출연 결정 후 두 달 후 본격적으로 연습에 돌입해 윤소호는 ‘나만의 헤드윅을 만드는 것’을 숙제로 삼고 이 배에 올라탔다.

헤드윅 콘셉트 사진. 사진제공=쇼노트

2019 헤드윅 캐스트 4인방(오만석 정문성 전동석 윤소호) 중 전동석과 윤소호는 올해 처음 합류했다. 특히 윤소호는 1991년 생으로 헤드윅 중 가장 막내다.

“어린 나이 때문에 연륜이 있는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공연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요. 예컨대 ‘지난 10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대사가 있는데, 다른 분들이 하면 세월이 느껴지지만 제가 했을 땐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연출님과 논의해서 빼게 됐어요. 반면에 젊은 에너지로 똘똘 뭉친 헤드윅을 보여주자는 목표가 있었죠.”

헤드윅은 앵그리인치 멤버들과 남편 이츠학에게 못되게 굴기도 하고 관객에게도 장난을 일삼는 친절하지 않은 캐릭터다. 때문에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건 오롯이 배우의 몫. 윤소호는 “헤드윅은 싸가지 없고 재수 없을지라도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는 해석을 밝히며 “인간 헤드윅의 아픔과 고민 등 결정체가 잘 표현되기까지, 전체적인 드라마를 위한 과정을 잘 쌓는 걸 중점으로 뒀다”고 연기 방향을 설명했다.

영화와 뮤지컬 모두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본래 공연 속 넘버들을 좋아했다고 전한 윤소호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Origin of Love'와 ’Midnight Radio'를 꼽았다. 두 곡은 각각 처음과 끝에서 사랑의 기원에 대한 철학을 전하며, 세상의 소수자들을 모두 포옹하는 헤드윅의 마음을 대변한다. 공연의 의미를 가장 잘 담았기 때문에 가장 감동적인 동시에 표현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윤소호의 '헤드윅' 공연 모습. 사진제공=쇼노트

윤소호의 헤드윅 콘셉트 사진이 공개되자 온라인상에선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원래 수려한 외모에 치장이 덧대지자 더욱 치명적인 비주얼을 뽐낸 것. 그 덕에 ‘가장 섹시한’ ‘역대급 미모’라는 수식어가 붙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에 대한 자부심은 없을까. 그는 “제가 딱히 예뻐서가 아니라 머리와 화장, 의상이모두 신경 쓴 치장이라서 누가 해도 예쁘게 보일 것”이라며 “감사하다. 내가 봤을 땐 다른 형들 다 예쁜 것 같다”고 손사래 치기도 했다.

최근 ‘헤드윅’ 원작자면서 영화에서 같은 역할을 연기했던 존 카메론 미첼이 트위터에 윤소호의 사진을 게재하는 일도 있었다. 존 미첼은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팬들은 "윤소호"라고 답하며 다시금 그의 외모가 주목받았다.

“SNS를 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헤드윅’ 단체 카톡방에 소식이 올라와서 알게 됐어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사진작가님이 올린 사진이었는데, 그 분이 미첼과 SNS 친구더라고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이었어도 똑같이 궁금해하고 물어봤을 거에요. (외모 때문이라는 건) 추측할 수는 있지만 (미첼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절대 알 수 없어요.(웃음)”

워낙 스타일이 중요한 역할이다 보니 외양을 꾸미고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헤드윅은 주로 타이트한 의상을 소화하고, 처음 준비된 의상을 공연 기간 내내 입어야 한다. 때문에 나중에 안 맞을까봐 몸무게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 화장 역시 하는 데 2시간, 지우는 데는 30분이나 걸린단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공연이에요. 커튼콜까지 마치고 들어와서 화장대에 앉으면 기진맥진해서 멍해져요. 그래도 만약 하루에 두 번 공연해야 한다면 (헤드윅 역 배우들은 하루 1회씩만 공연한다)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지만 분장을 두 번 해야 한다면 그건 절대 못할 거 같아요.(웃음)”

윤소호의 '헤드윅' 공연 모습. 사진제공=쇼노트

헤드윅의 옆에서 그의 유난스러운 성격을 받아주고 챙겨주는 이츠학을 연기하는 제이민, 유리아, 홍서영에 대해 특별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상 헤드윅이 다 끌고 가는 극이라 이츠학은 분량이 많지 않으니까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캐릭터가 더 연기하기 어려워요. 티 나지 않게 코러스를 넣고 중간중간 해야 할 게 많아요. 해내기 어려운 역할인데 세 분 다 극이 잘 어우러질 수 있게 너무 잘해주세요. 저만 잘하면 될 거 같아요.(웃음)”

윤소호는 하반기 ‘헤드윅’뿐 아니라 뮤지컬 ‘랭보’에도 출연하며 바쁜 활동을 이어나간다. 때문에 9, 10월 두 달 동안은 두 뮤지컬을 오가며 로커 헤드윅이 됐다가 시인 랭보로 탈을 바꿔 써야 한다. 이에 그는 “누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끼고 있었다. “관객들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건강 관리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소호가 헤드윅으로 분한 뮤지컬 '헤드윅'은 오는 11월 3일까지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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