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극단적 선택을 취하는 장면이 다수 노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지켜줌인 대학생 서포터즈 2기와 함께 지난 8월 30일 ‘자살예방을 위한 미디어 비평스쿨’을 진행했다.

사진=제2차 미디어비평스쿨에 참여한 지켜줌인 대학생 서포터즈.

미디어비평 스쿨은 언론과 방송, 뉴미디어의 자살 관련 콘텐츠의 영향력을 분석하고 자살예방을 위해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찰하는 자리다. 특히, 이번 미디어비평스쿨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제정한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국내 방송 드라마를 분석했다.

대학생 서포터즈 학생들은 지난 2018년 8월 1일부터 2019년 7월 31일까지 방영된 국내 드라마(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중 자살 장면이 노출된 50개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지상파가 종합편성채널 및 케이블보다 드라마에서 더 많은 자살 장면을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지상파(71회, 60.2%), 케이블(31회, 26.3%), 종합편성채널(16회, 13.6%) 순으로 총 118회의 자살 장면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콘텐츠 자살장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조항을 근거로 분석한 결과, 모니터링 대상 드라마 중 113개(95.8%)의 장면이 첫 번째 조항(자살 방법 및 도구의 구체적인 묘사)에 위배되는 장면을 방송했다.

특히, 가장 많이 묘사된 방법 및 도구는 '추락(27건, 23.9%)'이었으며 '약물음독(15건, 13.3%)' '둔기/예기(15건, 13.3%)' '목맴(14건, 12.4%)'순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조항인 자살을 문제 해결수단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99회(83.9%)로 나타났으며 자살을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는 장면은 22회(9.3%)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을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는 장면에서는 자살을 주로 △낭만적(8건 36.3%)이거나 △영웅적으로 묘사(8건 36.3%)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조항인 동반자살이나 살해 후 자살을 묘사한 자살 장면은 11회(9.3%)로 나타났으며 이때 제 3자와의 동반자살(5건 45.5%)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마지막 네 번째 조항인 청소년의 자살 장면은 11회(9.3%)로 나타났다.

미디어비평 스쿨의 멘토로 참여한 한국작가협회 조정화 작가(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 제정·축조심의 위원)는 “한 사회의 문화는 그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가이드라인 준비과정에서 방송 프로그램에 자살이 얼마나 자주, 선정적으로 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됐고, 작가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잘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는 보는 이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자살 장면이 가지게 될 위험성을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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